미쉐린 가이드 2019
개성만두 궁
▣ 숙주와 돼지고기로 만든 속이 꽉 차서 슴슴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 분식점 만두나 군만두, 김치만두, 비비고 같은 마트표 만두를 좋아한다면 싱겁고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 당연하지만(?) 점심 시간에는 줄을 선다. 방문객의 연령대가 50대 이상이 상당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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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을 먹으면 가끔 합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개성만두 궁을 점심시간에 가자 종로 직장인들, 나 같은 관광객과 오랜 단골들로 보이는 어르신들까지 줄이 길었다. 한참을 기다렸다 앞에 자리가 났는데 4인석이었다. 주인 아저씨가 앞에 계시던 할머니와 합석을 권하시길래 함께 자리에 앉게 되었다.
같은 식탁에 앉은 인연으로 인사를 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데 할머님의 고향은 개성(!)이라는 것이었다. 개성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는데 전쟁 때 서울로 피난을 오셨는데 이 곳의 음식맛이 고향에서 먹었던 맛이라 단골로 계속 오신다는 것이었다. (ㄷㄷㄷ) 맛에 대한 기대감이 저절로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내부는 한옥을 개조한 형태로 깔끔하고 생각보다 작았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점심 시간대에 가면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주문한 것은 가장 기본인 만두국이었다. 주문하면 위와 같이 차려진다. 김치와 동치미 모두 깔끔하고 무난하다.
결혼하기 전엔 명절에 큰 집에 가면 항상 만두국을 먹었는데, 남쪽 지방이 큰 집인 시댁은 만두국을 먹지도 않았고 만두도 빚지 않는 것이었다. 하여 만두국은 집에서 내가 끓여야 하는데 마트에서 파는 만두는 큰 집에서 만들었던 숙주와 고기가 가득한 그 만두의 슴슴한 맛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이 만두국을 한 입 먹는 순간, 큰 집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 났다.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숙주와 파 등 채소의 비중이 높다. 만두 속은 따로 간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대로 먹어도 슴슴한 정도로 좋고, 육수와 함께 먹으면 육수의 고소함과 기름짐과 어울려 딱 알맞게 간이 된다.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바로 그 맛을 여기서 만나다니 신기했다. 개성과 서울이 가까워서 그런 걸까, 서울 토박이인 큰집의 만두맛과 정말 비슷했다.
개성만두 궁의 만두 맛은 고기의 맛과 향이 진하거나 간이 된 일반적인 만두 맛은 아니다. 때문에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지만 평양 냉면이나 슴슴한 맛을 좋아한다면 이 만두를 좋아할 확률이 높을 것 같다. 특히 어른들은 좋아하실 것 같은 메뉴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하나둘씩 소소히 찾아보고 있다. 내가 어떤 음식과 맛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어 생각보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