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는 없다더니, 주사피부염
주사피부염 때문에 다시 포스팅을 올릴 거라고 생각은 못 했는데, 내 의지와 관계없이 포스팅을 올리게 되었다.
2020년 겨울쯤에 디스크 수술을 하고 온갖 온열 매트와 더운 방에서 지냈음에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상당히 약하게,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나타나서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듯 싶다. 올해 들어서 가을부터 얼굴이 붉어지나 싶더니 겨울이 되자 예전처럼 온 얼굴이 새빨간 수준은 아니지만 양볼을 중심으로 붉어지는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약 2년만이다. 주사피부염은 완치는 없다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그간 했던 일을 돌아보자
주사피부염 관련해서 포스팅을 꽤 여러건 썼고 대학병원, 동네병원을 꽤 오래다녔다. 공통적으로 해야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이야기해주는데 홍조가 재발한 기념으로 그간 2년 정도의 행동을 돌아보자.
- 목욕 및 찜질방 (X) - 급격한 온도 변화 및 혈관이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을 피하기, 온천이나 탕에 들어가거나 목욕탕, 찜질방을 좋아했지만 홍조, 주사피부염 이후로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 알코올, 음주 (O) - 이건 사실 초반에 상당히 잘 지키다가 올해 봄/여름부터 무너졌다.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마신 수준은 아니지만 식사나 모임에 한두잔 정도는 슬슬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괜찮았음에도 아무래도 춥고 건조한 계절이 되자 효과를 발휘한 듯 싶다. 홍조 재발의 원인에 알코올, 음주는 분명히 한 몫을 한듯 싶다.
- 카페인 섭취 (O) - 대표적으로 커피인데 이것도 잘 지키다가 올해 여름/가을부터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셨다. 이전까지는 모두 디카페인으로 바꿔서 마셨고 웬만하면 카페인이 든 음료는 피했는데 쉽지 않았다. 디카페인 커피를 파는 곳이 많지 않아 스타벅스나 대형 프랜차이즈에 가야 디카페인 주문이 가능한데, 그러다보니 원액을 반샷만 넣어서 연하게 마시다 보니 슬슬 한 잔씩 마시기도 하면서 느슨해졌다. 카페인이 든 음료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고 웬만하면 마시지 말라고 했던 품목이다.
- 유제품 섭취 (O) - 치즈, 우유 같은 것들인데 개인적으로 제일 어려웠던 품목이다. 가장 빠르게 포기를 했던 품목이긴 한데 그나마 우유는 두유로 대체해서 마셨다. 치즈가 피하기가 힘들었는데 피자, 파스타, 샐러드나 한국 음식에도 치즈가 많이 들어가서 피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
- 밀가루 섭취 (O) - 사실 밀가루는 홍조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보다는 염증을 줄이라는 차원에서 먹지 말라고 했던 것인데, 이것도 유제품 섭취와 마찬가지로 일찍 포기했다. 그래도 재작년엔 빵이나 라면, 파스타 같은 것을 많이 줄였지만 작년부터는 그냥 포기했다.
- 매운것 섭취 (X) - 얼굴에 열을 오르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자제하라는 품목인데 원래 매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먹지 않았다.
- 스크럽 및 거친 세안 (X) - 얼굴을 마구 문지르거나 알갱이가 든 스크럽, 세안제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유를 받았고 대신 클렌징 로션이나 크림류로 세안을 했다. 폼류도 쓰지 않다가 올해 여름쯤부터 너무 더워서 몇 번 쓰긴 했는데 손에 꼽을 정도로 썼다. 다만 당기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긴 했다. 다시 클렌징 로션류로 돌아가야 할 것 같긴 하다.
- 선크림 (O) - 빼먹지 말고 바르라는 것인데 홍조, 주사피부염과 관련도가 높다기보단 자외선 자체가 피부에 좋지 않으니 권장하는 느낌이다. 이건 습관이 되어 있어서 집 안이나 실내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선크림을 발랐다. 특히 봄/여름/가을 실외에 나갈 땐 선크림에 모자, 양산까지 챙겨나갔으니 이건 잘 지킨 편이다.
- 보습 (O) - 계속 강조하는 게 보습이어서 크림/로션류를 틈틈히 계속 발랐고, 지금도 계속 바르는 중이다. 그럼에도 건조함이 워낙 커서 계속 건조함이 느껴진다. 이 블로그를 쓰는 지금도 자리에 작은 가습기 2개를 돌리는 중인데 사무실 같은 곳에선 워낙 공간이 커서 효과가 미약한 느낌이다. 확실히 비가 오거나 습도가 올라가면 피부가 괜찮아 지는데, 건조하다 싶으면 바로 얼굴이 붉어지면서 뭐가 올라온다. 습도를 웬만하면 50~60% 내외로 맞추는 편인데 그 정도 습도면 피부가 차분해지는데 요즘처럼 20~30%대면 어쩔 수가 없다. 열심히 관리하려고 하지만 계절 요인 때문에 쉽지가 않다.
이렇게 써보니 다시 얼굴에 홍조가 올라온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술/카페인/밀가루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인데 느슨하게 했고 보습은 계절 요인이라 어쩔 수가 없는데 최대한 더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
결국, 다시 브이빔 레이저
결론은 지난 주 주말에 동네 피부과에 가서 브이빔 레이저를 받았다. 홍조, 주사피부염을 잘 보는 피부과 자체가 별로 없는데 여긴 다행히 내 상태를 보고 주사피부염, 이라는 처방을 내려줬고 그 처방전으로 대학병원 피부과에 가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대학병원 피부과를 다녀보니 먹는 약+바르는 약+레이저 조합으로 처방을 내렸고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무엇보다 통원이 쉽지 않고 대기가 길고, 비용도 비싸다.
오랜만에 다른 것 때문에 피부과를 갔었는데, 그 때 처방전을 써줬던 의사가 근무를 하고 있었고 간 김에 홍조가 심해졌다고 상담을 하니 기억을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라. 상담을 해보니 대학병원 의사가 말하는 것과 비슷했고 여기서도 브이빔 레이저를 할 수 있었다. 먹거나 바르는 약까지는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해서 브이빔 레이저를 받았다. 일단 1회차 받았고 담당 의사는 최소 10회 정도를 이야기하는데 나도 상황봐서 맞을 수 있다면 10회차에 맞추고, 한두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맞는 것으로 해야 할 듯 싶다.
개인적으론 대학병원과 동네병원 레이저 가격은 비슷한데 대학병원은 교수가 처방을 내려주고 레이저를 시술하시는 분이 따로 있었고 약 100샷 내외로 받았다면 동네 병원에선 의사가 직접 레이저를 시술하는데다 200샷 넘도록 꼼꼼하게 시술해서 만족도가 더 높았다. 비용은 비슷했다. 브이빔 레이저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비용이 비싸서 둘 다 차이는 없었다. 또한 의사가 직접 시술하다보니 대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길다. 아프지만 않으면 그냥 버티고 살겠는데 양뺨이 화끈거리기 시작하니 방법이 없다. 진짜 아플 때는 브이빔 레이저가 아무리 비싸도, 방법이 있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다시 관리 모드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완치는 없다고 하지만 관리만 잘 하면 괜찮다는 걸 지난 2년간 경험했으니 다시 관리모드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