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TWG] 프렌치 얼그레이 (French Earl Grey)

TWG French Earl Grey

[홍차] TWG 프렌치 얼그레이

TWG French Earl Grey, TWG 프렌치 얼그레이면세점 산 TWG 베스트셀러 시리즈


개인적으로 사람을 만날 때 중요한 것을 말해보자면 하나는 첫인상이다. 학교 친구든, 회사 동료든, 가게의 손님과 직원으로 만나든 모두 첫인상을 가지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서로 인사를 건네는 순간, 대화를 나누는 순간 등 그 짧은 시간에 느껴지는 상대방의 첫인상에 따라 그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차도 그런 순간이 있다. 첫 만남이 따뜻했던 친구를 말하자면 TWG 프렌치 얼그레이다. 처음 만난 곳은 광명역의 투썸플레이스였다. 너무 추워서 역 안에 있어도 발이 시린 날이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역에서 죽을 상을 하고 앉아있었다. 전주부터 쉬면 낫겠지라고 생각했던 감기가 결국 출발하는 날까지 쫒아온 것이었다. 


약 때문에 밥을 먹어도 잘 넘어가질 않았다. 대충 몇 숟갈 뜨고 소화되기도 전에 약을 삼켰다. 식당에서 나와 출발 전까지 앉아있을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광명역은 따뜻한 곳도, 앉아있을 곳도 마땅히 없었다. 걷다보니 투썸이 보였고 계속 헤메느니 음료 하나 시키고 따뜻한 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TWG French Earl Grey, TWG 프렌치 얼그레이TWG 프렌치 얼그레이 & 노리다케의 하나사라사


메뉴를 보는데 프렌치 얼그레이가 눈에 띄었다. 어차피 시간 때울거니 아무거나 시키자 싶어 따뜻한 프렌치 얼그레이를 얼른 주문하고 구석에 자리잡았다. 나만 자리를 찾았던 게 아닌지 아침 이른 시간에도 투썸은 사람들이 많았다. 조용한 곳에 가서 기대고 싶었지만 역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란 무리였다. 


차를 받아오는데 지옥불에 물을 끓였는지 컵이 불덩이 같았다. 얼른 내려놓고 향을 맡으려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 순간, 연한 얼그레이의 향이 마치 꽃 수백송이가 동시에 만개하듯 화사하게 올라왔다. 컵이 내뿜는 뜨거운 김과 얼그레이, 베르가못향이 섞여 얼굴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내내 추웠던 몸과 어지러운 머리가 개운하게 맑아지고 따뜻한 기운이 몸에서 올라왔다. 냉랭한 겨울 들판에서 안식처를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TWG의 프렌치 얼그레이를 잊을 수 없게 만든 순간이었다. 


TWG French Earl Grey, TWG 프렌치 얼그레이노트북 곁에 한 자리 앉아서 사이좋게 한 컷


투썸은 차 전문 매장이 아니다. 여유있게 우려서 시간에 맞춰 받기란 힘들다. 매장에 따라 차이도 커서 어떤 곳은 5분이 지나도록 주지 않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끓인 물에 티백만 넣어서 주는 곳도 있다. 그 날의 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날의 프렌치 얼그레이는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차를 마실 땐 큼지막한 머그에 아주 뜨겁게 끓인 물을 최대한 많이 부어서 대충 색상만 나오면 마신다. 권장하는 방법에 맞춰 우려낸 것보다 맛과 향이 덜하겠지만 이 차가 워낙 잘 나와서 그렇게 마셔도 충분히 좋은 맛과 향을 내준다. 


추운 겨울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급한 마음에 아침부터 프렌치 얼그레이를 꺼냈다. 프렌치 얼그레이 자체에 대한 향, 맛, 수색 같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노리다케도 꺼내서 찻물을 부어놓고는 다른 이야기만 했다. 다음에는 차에 집중한 포스팅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