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시작되던 주사, 홍조의 신호
피부가 뒤집어진 후에 피부과에 가서 들었던 의사의 권장 사항 중 하나는 액체류 화장품은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피부 장벽이라고 부르는 피부의 겉 부분이 약해져 민감해진 상태에 액체류 화장품을 바르는 것은 더 자극을 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잠시 생각해보니 얼굴이 본격적으로 화끈거리고 심하게 붉어진 증상은 액체류 에센스인 달팡 인트랄 세럼을 바르고 나서 생긴 증상이었다.
피부가 건성, 그것도 일반적인 건성이 아니라 심한 건성에 가까웠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로션만 충분히 발라도 괜찮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건성은 기하급수로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건성이 심해지니 각질뿐만 아니라 양 볼이나 이마도 약하게 붉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때가 홍조의 시작이었는데 당시에는 홍조인 줄 모르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로션과 크림만으로도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왔고 그게 작년이었다. 이런저런 화장품을 써보며 맞는 것을 찾아내고 있었는데 그렇게 도전했던 제품 중 하나가 달팡 인트랄 세럼이었다. 홍조가 약하게 올라오고 있던 차에 세럼이나 에센스까지 발라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알아보니 달팡 인트랄 세럼을 많이 추천하고 있었다. 해서 어떤 걸 써도 문제가 없던 건강한 피부를 믿고 별생각 없이 세럼을 바르기 시작했다.
반 병 정도 쓰자 이상하게 얼굴이 서서히 따가웠다. 따가울 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가 붉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겨울이라 건조해서 그런 줄 알고 크림을 덧발랐다. 하지만 얼굴은 가라앉지 않고 따가웠다. 그럼에도 별생각 없이 그냥 계속 발랐다. 한 병을 거의 다 쓸 때쯤에야 안 맞는 것 같아 바르는 것을 멈췄다. 그때는 얼굴 전체가 슬프게도 고구마 껍질 색상처럼 붉게 변해있었고 따가웠다.
달팡이 트리거였던 것 같다. 어그러진 생활 패턴,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몸, 간단하게 대충 때우는 끼니, 막을 수 없는 나이 등 종합적인 원인들이 피부를 점차 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피부는 약해져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발랐던 화장품이 결국 피부염과 본격적인 주사, 홍조를 당겨온 것이었다.
진한 크림 타입,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 B5
크림류를 찾아 쓰라는 말에 이런저런 브랜드를 찾아보는데 라로슈포제가 눈에 보였다.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듯 똘러리앙 라인이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 보인 것은 시카플라스트 밤이었다. 보통 크림이라고 이름이 붙어있어도 제형은 각기 다르다. 어떤 것은 로션보다 진한 제형도 있지만 어떤 것은 상당히 두터워서 잘 발리지 않는 제형까지 있다.
시카플라스트 밤은 상당히 밀도가 높은 크림 타입이라 마음에 들었다. 액체류, 혹은 로션과 같이 묽은 제형은 피하고 싶었던 터에 짜면 흐르지 않고 밀도 있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질감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발리는 것도 좋았다. 손으로 크림을 바르고 문지르는 것도 자극이 될 수 있어서 최소한 손을 덜 타고 싶었다.
맞지 않을 수도 있어서 하나만 사서 써 보았다. 여름에 쓰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한겨울용 크림이지만 당시 내 피부는 계절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아침, 저녁으로 세수하고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을 짜서 듬뿍 발랐다. 원래 쓰던 것은 역시 순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쓰는 피지오겔이었지만 내 피부에 피지오겔은 건조함과 당길 뿐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불타는 것 같던 얼굴과 진한 붉은빛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일단 당기고 건조한 것은 확실히 느끼지 못했다. 여름에 한겨울용 크림을 써서 그런지, 아니면 라로슈포제가 맞았던 건지 건조함이 많이 줄었다. 건조함이 사라지니 불타던 얼굴의 화끈거림과 붉은빛도 점차 줄어들었다. 홍조는 양볼과 이마에 주로 찾아온다지만 당시 나는 얼굴이 빈틈없이 붉었다. 아마도 그래서 첫 번째 갔던 피부과 의사가 알레르기로 오인했던 것 같았다.
얼굴의 붉음 정도를 제일 심했던 때를 10, 정상을 1로 한다면 당시 10이었던 피부는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을 쓰고 나서 6~7 정도까지는 회복되었다. 얼굴 전체가 붉게 달아오르는 증상이 전체가 아닌 양볼과 이마로 많이 줄어들었다. 화끈거리던 얼굴 전반의 증세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건조함과 당김은 확실히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멀었지만 그래도 한 단계 벗어나서 다행이었다.
가을, 겨울과 심한 건성에 추천
잘 맞는 것 같아 2통을 더 샀다. 3달 정도 썼고 2통은 모두 비웠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 바르니 여드름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사 피부염의 증상 중 하나는 농포다. 여드름과 농포는 초반에 헷갈려서 어느 것이 원인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여드름도 있었으니 아무래도 여름에 한겨울용 진한 크림을 쓴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나는 건성, 심한 건성이라 많이 나지 않았지만 지성이 쓰기엔 확실히 부담스러울만한 제형이다.
또한 약간의 백탁 현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마음에 들었다. 워낙 얼굴이 붉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붉은 기를 좀 감추고 싶었다. 해서 백탁 현상은 나에겐 큰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겐 단점이 될 수 있다. 선크림처럼 백탁이 심하지는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랑콤 선크림 같은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듯한 백탁이다.
또 하나는 의외의 효과였는데 모공 크기가 약간 줄어들었다. 멈추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쓰는 중간에는 모공이 작아지길래 왜 이럴까 하고 봤더니 시카플라스트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피부 재생과 회복이었다. 얼굴 빠짐없이 넉넉히 바르다 보니 아마 일시적으로 그런 것 같았다.
지금은 기초로 쓰지 않는다. 아주 심한 단계가 심한 단계로 줄어들면서, 여드름이 나고 농포가 올라오면서, 시카플라스트 밤의 유분기가 지금 단계에서는 자극이 될 수 있을 듯해서다. 기초를 바른 후 밖에 나갈 때 코팅시키는 정도로는 여전히 쓰고 있다.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오래 머물게 해 주는 듯한 느낌이 있고 위에서 말했듯 약간의 백탁으로 한 톤 정리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3개월에 2통, 지금도 쓰고 있으며 곧 다가오는 겨울에 피부 상태에 따라 다시 기초로 쓸 수도 있다. 과민감과 심한 홍조, 열감과 따가움 등 심한 단계의 피부염에서 고생할 때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은 큰 도움이 되었다. 각자 피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처럼 건조가 심한 피부 타입이라면 라로슈포제의 시카플라스트 밤 B5는 고려할 만한 아이템으로 생각되어 포스팅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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