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피부과를 이렇게 오래 다닌 것도 처음이다.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했으니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피부라는 게 한번 문제가 생기니 쉽게 낫지도 않고 문제가 오래 간다. 건강에 무심했던 나의 탓이니 어쩔 수 없다.
어쨌거나 피부과를 다니니 연고와 약은 떼어놓을 수가 없다. 피부에 바르는 연고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그 중에서도 내가 썼던 것은 약한 단계 스테로이드인 리도맥스(리도멕스)와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 면역억제제프로토픽이다. 피부과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써봤을 법한 연고다. 리도맥스는 1달, 프로토픽은 5달 정도 사용하고 있다. 간단한 후기를 남긴다.
약한 단계의 스테로이드, 리도맥스
얼굴이 심하게 뒤집어지고 나서 온 얼굴이 빨갛게 올라왔다. 얼굴이 빨갛다 못해 벌개서 밖에 다니기도 힘들었다. 색상 뿐만 아니라 온 얼굴이 따갑고 아팠다. 분명 문제가 있는데 뭔지를 몰라 방문한 첫번째 피부과에서는 알러지라며 원인을 모르니 참아보라며 아무 처방도 내려주지 않았다. 동네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피부과였는데 과잉 처방을 하지 않는다고 소문이 난 피부과였다.
당장 얼굴이 따갑고 아파 다른 피부과를 찾아갔다. 두번째 찾아간 피부과 전문의가 처방해 준 것이 리도맥스였다. 처방을 받고 다음날 바로 해외 휴가를 갔다. 휴가에서 약을 먹고 리도맥스를 발랐다. 그러자 하루이틀만에 온 얼굴의 붉은 기와 따가움, 염증 등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피부가 다시 건강해보였다. 리도맥스가 무엇인지 몰랐던 나는 사이판에 미세먼지가 없어서 그런가, 라고 하면서 썬크림도 안 바르고 햇빛을 맘껏 받고 다녔다.
그렇게 몇 일을 보내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야간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들어오느라 2~3일 정도 리도맥스를 바르지 않았다. 다시 얼굴이 뒤집어졌다. 이전보다 더 심하게 빨갛게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한번 나아졌었으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연고도 바르지 않고 몇 일을 버텼다. 하지만 다시 뒤집어진 피부는 나을 기미가 안 보였다. 결국 2주 후 오라는 의사의 말을 어기고 1달만에 다시 뒤집어진 얼굴을 하고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2주 전에 왔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화재로 비교하면 집이 불에 타고 있는 상황이니 일단 불을 꺼야 한다면서 추가로 리도맥스를 처방해주었다. 꼭 시키는대로 하라면서 1주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렇게 1주 정도 다시 바르니 얼굴이 빠르게 다시 나아졌다. 그 때서야, 이 약이 뭔가 싶어 알아보기 시작했다. 리도맥스는 비교적 낮은 단계의 스테로이드 연고였다.
조금 더 알아보니 스테로이드 자체는 몸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의 한 종류였다. 이 약으로 쓰는 스테로이드는 코르티솔 스테로이드라는 것으로, 항염증, 항알레르기, 면역억제 작용 등을 한다고 한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염증이나 알러지처럼 웬만한 질환에 두루 사용되며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장점이란다. 나 역시 리도맥스를 바르고 1~2일만에 피부가 좋아졌었다. 그냥 좋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피부가 건강하고 상당히 좋아보일 정도로 빠르게 호전되는 듯 했다.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면역 억제제이니 눈으로 보이는 문제의 원인을 고친다기보다 억제시키는 듯했다. 때문에 바르다가 멈추면 소위 말하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전보다 훨씬 악화시킨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네이버 카페 같은 곳에 보면 전문의 처방없이 혼자서, 혹은 아기들에게 때때로 발라준다는 글이 많이 보였다. 의사는 아니라 모르겠지만 내가 갔던 피부과 전문의도 리도맥스를 1달 정도만 처방해주고는 장기 사용이 가능한 프로토픽으로 바꿨다. 스테로이드라 가급적오랜 기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으며 나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 프로토픽으로 바꾼다고 했다. 때문에 스테로이드 연고는 그 단계가 낮든, 높은 꼭 전문의에게 물어보고 사용하길 권한다.
어쨌든 리도맥스는 바르면 효과가 즉각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얼굴의 염증과 붉어진 부분들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심지어 피부가 좋아보이기도 했다. 질감도 일반 크림처럼 하얗고 크리미해서 부드럽게 발린다. 스테로이드가 뭔지, 리도맥스가 무엇인지 모르고 바르면 마법의 크림처럼 계속 바를 것 같은 효능이다. 하지만 그러지 말자.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현상이라고 하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다 끊으면 그 역반응은 상당히 괴롭다. 스테로이드를 마음대로 쓰다 끊어버리면 피부가 소위 말해서 뒤집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홍조, 혈관 확대 등 쉽게 치료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긴다. 혹시 이 포스팅을 보고 있다면 반드시 피부과에 가서 전문의의 처방을 받자.
장기간 사용 가능한 면역 억제제, 프로토픽
리도맥스를 짧게 사용한 후 처방받은 것은 프로토픽이었다. 효과는 리도맥스보다 떨어진다. 발라도 바로 낫는 느낌이 없고 천천히 오래 발라야 효능을 볼까 말까한 느낌이다. 나의 경우 5개월째 바르고 있는데 염증이 낫고 얼굴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것은 전혀 없다. 더 심해지는 것을 막는 정도의 느낌이다.
또한 바르면 얼굴이 일시적으로 화끈거린다. 나는 홍조, 주사가 있어 원래도 화끈거리기도 했는데 프로토픽을 바르면 같이 화끈거린다. 신기한 것은 오른쪽 볼이 홍조가 더 심한데, 연고를 바르면 역시 오른쪽이 더 화끈거린다.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 질감도 반투명한 고체 크림으로 끈적끈적하다. 질감이든 효능이든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악화되는 것을 막고 호전되는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그리고 비교적 장기간 사용에도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꾸준히 바르고 있다.
중간에 발라도 낫는 것 같지 않아서 프로토픽은 안 바르고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만 먹은 적이 있었다. 한 1주일 정도 해봤는데 더 심해지는 느낌이 들어 멈췄다. 그리고 나서 꾸준히 바르고 있는데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지만 악화는 막아주고 있다.
참고로 프로토픽도 스테로이드는 들어있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면역 억제제다. 때문에 이것도 의사 처방없이 임의대로 사용하지 말자.
리도맥스, 리도멕스는 1달만 짧게 발라서 얼굴의 심한 염증과 반응들을 가라앉혔다. 이후 프로토픽을 꾸준히 바르면서 악화되지 않도록 막고 있다. 리도맥스는 스테로이드니 장기간 사용은 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좋으며 전문의도 1달만 처방해 주었다. 이후에 처방받은 프로토픽은 효과는 낮지만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 면역 억제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것도 오래 쓰면 좋을 것 같진 않다.
해서 최근에는 운동을 시작했다. 주사, 홍조에는 심한 자극이나 땀을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해서 아주 빠르게 걷는 것을 1시간 정도씩 하고 있다. 리도맥스와 프로토픽이 가벼운 염증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나처럼 진행이 되고 난 이후에는 개선을 시켜주지 못하는 듯 하다. 해서 운동과 식습관을 개선 중이다. 언제쯤 염증과 붉은 기들은 나아지려나. 지난한 날들이다.
'피부┃주사피부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로이드] 제로이드 인텐시브 크림 엠디 MD, 2달 사용 후기 (0) | 2019.11.29 |
---|---|
[제로이드] 제로이드 인텐시브 로션 엠디 MD, 2달 사용 후기 (0) | 2019.11.14 |
[라로슈포제] 똘러리앙 울트라 크림, 1통 반 사용 리뷰와 후기 (0) | 2019.10.24 |